“라떼 500원 남아요”… 원두값 오르는데, 옆집은 1,000원에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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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으론 못 버틴다… 자영업자들, 셀럽 저가 마케팅에 ‘이중고’

“손님들은 옆 가게보다 비싸다고 돌아서고, 우리는 재료비 뛰어서 이익도 안 남고… 그냥 망하라는 건가 싶어요.” 서울 종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5년 차 사장 김수영 씨는 최근 커피 머신을 껐다. 영업을 쉬겠다는 뜻은 아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거 원가도 안 나오는 장사”라는 생각에 그냥 손이 멈춘다.

원두값 한 달 새 30% ‘폭등’… 1,000원 커피와 990원 소금빵에 사장님들 한숨

최근 글로벌 원두 가격이 한 달 새 30% 이상 급등하면서, 자영업자들 사이에 ‘공포’가 번지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3~6개월 재고를 비축해 버틸 수 있지만, 중소 카페는 ‘오늘 사서 오늘 쓰는’ 구조다. “저희는 매주 원두를 주문해서 쓰거든요. 근데 지난달부터 1kg당 3,000~5,000원씩 올랐어요. 라떼 하나 팔면 마진 500원도 안 남습니다.”

서울 성북구에서 작은 로스터리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이모 씨는, 이제 “1,000원 단위로 오르던 원두값이 ‘속도전’처럼 오른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최근 편의점과 인기 유튜버들이 “1,000원 아메리카노” “990원 소금빵”을 앞세운 저가 마케팅을 펼치며 소상공인들의 고충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겹쳐지고 있다.

“한 유명 유튜버가 소금빵을 싸게 판다고 하는데, 광고도 못하는 우리는 인건비, 전기세, 임대료까지 감안하면 절대 그 가격 못 맞춰요.” 경기 고양시에서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사장 박모 씨는 “방송에 나와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현실은 그들처럼 유튜브 수익이나 광고 지원 받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커피값 못 올리는 이유? “손님이 안 와요”

원가가 오르면, 가장 자연스러운 해법은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중소 카페는 그조차 어렵다. “정가 4,000원 아메리카노를 4,300원으로 올리면 손님이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프랜차이즈는 ‘브랜드’가 있어서 버티지만, 개인 카페는 바로 발길 끊겨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 사장은 “올해만 세 번째 인상 고민 중이지만, 솔직히 못 올리겠다”며 “차라리 음료 사이즈를 줄일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가장 심각한 건 ‘팔수록 손해’ 구조다. 특히 라떼, 카라멜 마키아토 등 우유 기반 음료는 마진이 극도로 낮아졌다.

프렌차이즈 커피와, 유튜버의 마케팅은 소비자 입장에서 흥미롭고 유쾌하다. 하지만 문제는 소비자들이 그 가격이 ‘정상’이라 착각하는 것이다. “1,000원짜리 커피 한 잔 보고 ‘요즘 카페들 너무 비싸’라며 불평하는 손님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 가격이 왜 가능한지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죠. 우리는 그 가격 받으면 진짜 문 닫아야 해요.”

중소카페 사장들에게 카페는 ‘쇼핑몰’도, ‘영상 콘텐츠’도 아니다. 단 하나의 생계 수단이다. 현재 커피·베이커리 업계는 극한의 ‘눈치 싸움’ 속에 있다. 가격을 못 올리자, 대신 사이즈를 줄이거나, 얼음을 더 넣거나, 원두 양을 미세하게 줄이는 방식으로 조용한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어 ‘양날의 검’이다. 또한 일시적 버티기가 장기 생존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커피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 뒤에는 혼자서 새벽에 문 열고, 밤에 정산하며, 하루 종일 서 있는 누군가의 하루가 있다. 그리고 그들의 고민은 단 하나다. “오늘도 이 가게, 계속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