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만 잘 먹었을 뿐인데… 혈당 스파이크 없이 사는 법

"식곤증, 그거 그냥 졸린 게 아니었습니다"
밥만 잘 먹었을 뿐인데… 혈당 스파이크 없이 사는 법 1

사진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점심 먹고 나면 눈이 감긴다.” 당연하게 여겼던 이 일상이, 건강 적신호일 수도 있다. 식사 후 갑작스러운 졸음, 무기력, 집중력 저하는 ‘혈당 스파이크’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이걸 막는 가장 효과적인 식사법이 있다. 바로 ‘저당지수 식단’이다.

케톤 식이의 대안으로 부상한 저당지수 식사법

그간 뇌전증, 자폐 스펙트럼 장애, 만성 편두통 등 신경계 질환을 앓는 소아 환자들에게는 ‘케톤 생성 식이요법’이 보조 치료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장기적인 유지의 어려움과 부작용 우려로 인해, 보다 일상 적용이 쉬운 식사법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영목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최근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분과와 영양·사회사업팀, CJ프레시웨이와 공동으로 《저당지수 식사 가이드》를 발간했다. 이 교수는 “저당지수 식사는 몸의 에너지 대사 경로를 조절함으로써 신경계 증상 완화에 실질적인 효과를 보인다”며, “신경질환 환자뿐 아니라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와 일반인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식사법”이라고 설명했다.

혈당 스파이크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혈당 스파이크’란 식사 후 혈당이 단시간에 급격히 상승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 과정에서 과다하게 분비되는 인슐린은 췌장의 피로를 초래하고, 장기적으로는 인슐린 저항성과 제2형 당뇨병의 원인이 된다. 또한 혈당 변동 폭이 클수록 혈관 내피세포 손상과 산화 스트레스가 심화되어 동맥경화, 비만, 심혈관질환 위험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식후 졸음 역시 이 같은 혈당 스파이크의 전형적인 증상으로 보고 있다. 특히 탄수화물 중심의 식사를 한 후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들 정도로 무기력해지는 경우, 단순 식곤증이 아닌 혈당 조절 장애의 신호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저당지수 식품의 기준과 효과

모든 식품은 섭취 후 혈당을 얼마나 빠르게 올리는지에 따라 당지수(Glycemic Index, GI) 점수가 부여된다. 일반적으로 GI 수치가 55 이하인 경우 저당지수 식품, 70 이상이면 고당지수 식품으로 분류된다. 저당지수 식단은 GI가 낮은 식품 위주로 구성되어 혈당 변동을 최소화한다. 이러한 식이조절은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개선 ▲장내 미생물 균형 회복 ▲산화 스트레스 및 만성 염증 억제 ▲정서적 안정 등 다양한 생리적 효과를 유도한다. 특히 신경계의 과민 반응을 완화하는 작용이 보고되며, 케톤 식이요법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일상 속에서 실천 가능한 식단 전략

저당지수 식사는 전문가의 철저한 관리하에 시행되는 치료식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범위로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그 핵심은 정제된 탄수화물의 섭취를 줄이고, 복합 탄수화물과 식이섬유, 단백질, 건강한 지방을 함께 섭취하는 방식이다.

다음은 일반인이 실천할 수 있는 주요 원칙이다.

  • 흰쌀밥 대신 현미밥, 잡곡밥, 콩밥으로 대체
  • 흰빵 대신 통밀빵, 호밀빵 선택
  • 국수류는 밀가루 면 대신 메밀국수, 통밀 파스타, 두부면 활용
  • 간식은 과자, 케이크보다 견과류, 요거트, 통곡물 시리얼 추천
  • 음료는 주스보다 생과일, 생채소, 물 또는 차가 바람직

조리법 또한 당지수에 영향을 미친다. 감자나 고구마는 튀기거나 굽는 것보다 찌거나 삶는 방식이 혈당 반응을 낮춘다. 설탕, 물엿, 꿀 등의 사용을 줄이고, 단맛이 나는 채소(양파, 파프리카)나 레몬즙, 식초 등을 활용하는 방식도 유효하다. 식사 순서 역시 중요하다. 채소, 단백질, 지방을 먼저 섭취하고 마지막에 탄수화물을 먹으면 혈당 상승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식후 10분의 움직임이 혈당을 지킨다

식단과 함께 중요한 것은 식사 후 활동이다. 사무실 복도를 10분 정도 걷는 것만으로도 혈당 관리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다. 반대로, 식후 장시간 앉아 있거나 1시간 이상 낮잠을 자는 습관은 혈당을 더욱 악화시킨다.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1시간 이상 낮잠을 자는 사람의 뇌졸중 위험이 88% 증가하며, 심혈관 질환 및 치매 위험도 함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식후 10분 걷기와 20분 이내 짧은 낮잠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저당지수 식사는 더 이상 특정 환자만을 위한 식사법이 아니다. 일반인의 만성질환 예방과 혈당 안정, 체중 조절, 정신 건강 관리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 생활 속에서 식습관을 조금만 조정해도, 혈당 변동을 줄이고 췌장과 혈관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전문의의 도움 없이도 시작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식사법을 통해 건강을 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