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구찌, 밥 짓고 디저트 굽는 이유

고급 소비를 넘어 ‘경험 소비’로 바뀌는 중… 청담은 명품 맛집거리로 변신
루이비통·구찌, 밥 짓고 디저트 굽는 이유 1

사진출처: 르 카페 루이비통 / 루이비통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명품 매장이 줄지어 있는 이곳에서 요즘 사람들이 줄 서는 곳은 매장 입구가 아니라 레스토랑 입구다. 구찌와 루이비통,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잇따라 레스토랑을 열고 외식 사업에 뛰어들었다.

오는 9월 4일 구찌는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5층에 ‘구찌 오스테리아 다 마시모 보투라 서울’을 오픈한다. 기존 이태원에서 운영되던 레스토랑을 청담으로 이전하면서, 구찌 특유의 인테리어와 메뉴 구성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했다.

불과 며칠 앞서 9월 1일, 루이비통은 바로 근처에 ‘르 카페 루이비통’이라는 상설 레스토랑을 열었다. 같은 블럭, 대로변에 나란히 자리 잡은 두 레스토랑은 단순한 ‘식사 공간’이 아니라 명품 브랜드의 새로운 경쟁 무대가 되었다.

“만두에도 명품 로고가, 가격도 명품값”

루이비통 만두에 박힌 모노그램 문양, 르 카페 루이비통에서는 파리지앵 감성에 한국식 풍미를 더한 메뉴를 선보인다. 메뉴 개발은 윤태균 셰프가 맡았고, 대표 메뉴인 ‘비프 만두’는 가격이 4만8000원이다. 그런데도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비프 만두에는 루이비통의 시그니처인 모노그램 문양이 새겨져 있어, 단순한 음식이 아닌 ‘작품’처럼 보인다. 유자 시저 샐러드와 페어 샬롯 같은 메뉴들도 구성되어 있어, 단품으로도 고급스러운 한 끼를 즐길 수 있다. 레스토랑 내부는 다양한 예술 서적과 출판물로 꾸며져 있고, 음식뿐 아니라 공간 전체가 루이비통의 ‘미감’을 체험할 수 있는 형태다.

구찌, 이태원에서 청담 플래그십 매장으로 이동

구찌는 이미 2022년 이태원에 레스토랑을 운영한 바 있다. 이 레스토랑을 청담 플래그십 매장으로 옮기면서, 브랜드 정체성과 고급 다이닝을 더 밀착시켰다.

‘구찌 오스테리아’는 이탈리아 미쉐린 셰프 마시모 보투라와 협업해 세계 주요 도시에서 운영되는 레스토랑 브랜드다. 서울점 역시 세계적인 셰프팀이 참여하며, 메뉴와 공간 모두 ‘오직 구찌에서만’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한 마디로 구찌는 이번 청담 이전을 통해, 쇼핑→식사→포토존까지 이어지는 브랜드 완결형 경험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명품은 이제 입는 게 아니라, 체험하는 것”

소비자가 주목해야 할 명품 레스토랑의 진짜 의미가 변하고 있다. 한때 명품은 ‘가방’이나 ‘구두’로만 소비되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브랜드들은 직접 입어보지 않아도, 소장하지 않아도, 맛보고, 앉아보고, 즐겨보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얻고 있다.

루이비통은 글로벌 셰프를 발굴하는 ‘컬리너리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고, 구찌 역시 ‘오스테리아’라는 이름으로 세계 주요 도시에서 레스토랑을 운영 중이다. 이는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브랜드를 생활 속으로 파고들게 하는 전략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꼭 300만 원짜리 가방을 사지 않아도, 루이비통이나 구찌를 경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가족과 함께 청담에서 특별한 식사를 하며, 고급 브랜드의 감성을 공유하는 것도 요즘 시대의 ‘현명한 소비’가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