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밀고, 한약 짓고, 아이돌처럼 변신까지?”

넷플릭스 ‘케데헌’에 홀린 외국인들, 서울이 통째로 체험장이 됐다
“때 밀고, 한약 짓고, 아이돌처럼 변신까지?” 1

사진출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앨범 이미지. 지니뮤직

아이랑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를 함께 본 적이 있다면, 그 알록달록한 아이돌 캐릭터보다 더 눈에 들어온 게 하나 있을 것이다. 바로 목욕탕과 때밀이 장면. 그런데 이 장면이 실제 외국인 관광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넷플릭스 공개 이후,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한국식 찜질’과 ‘때밀이’ 체험이 새로운 K-버킷리스트로 떠올랐다. 클룩(Klook)에 따르면, 케데헌 공개 이후 8월 첫째 주 한국 여행 예약이 전주 대비 8.4% 증가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K팝 스타일링 체험’과 ‘세신’ 관련 상품이다. ‘K팝 아이돌 체험’은 예약률이 무려 200% 증가했고, 세신(때밀이)은 전체 예약이 11%나 늘었다.

서울 종로와 서대문에 위치한 사우나 이용권은 각각 15%, 57%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더위도 식지 않은 여름에, 외국인들이 굳이 때를 밀러 한국에 오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K팝 스타일 따라하고, 아이돌처럼 춤추는 관광객들

이번 ‘케데헌’ 열풍의 중심에는 K팝 걸그룹 캐릭터 ‘헌트릭스’가 있다. 이들이 무대에서 부른 OST와 안무를 따라하려는 관광객들이 댄스 클래스와 메이크오버 체험에 몰리고 있다.

K팝 스타일링 클래스는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체험으로 떠올랐고, 일본·홍콩·대만 등 인접 국가에서는 예약률이 각각 20%, 16%, 11%씩 증가했다. K팝은 단순한 음악을 넘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의 체험 콘텐츠가 되어가고 있다.

“한약 주세요!”

종로 한복판, 한의원에 줄 선 외국인들, 아이돌 체험과 세신으로 몸이 풀렸다면, 이제는 마음을 다스릴 차례다. 최근 서울 종로 일대 한의원들이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그 배경에도 케데헌이 있다.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들이 한의원에서 한약을 짓는 장면이 나오면서, 실제 한약 짓는 한의원이 ‘성지’처럼 떠올랐다. 종로에 위치한 통인한의원에는 하루 최대 10명의 외국인 환자가 방문하고 있으며, 족욕·천연팩·추나 등 다양한 체험을 예약하고 있다.

서울한방진흥센터는 7월 방문객이 2000명으로 껑충 뛰었다. 특히 족욕 체험은 인스타그램 인증샷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약이 생리통이나 소화불량, 알레르기에 효과가 좋다”며 석 달 치를 포장해 돌아가기도 한다.

유통·놀이공원까지… ‘케데헌’에 꽂힌 산업계

케데헌은 단순히 애니메이션을 넘어서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있다. 농심은 케데헌 캐릭터를 입힌 신라면과 새우깡, 컵라면을 출시했고, 출시 1분 40초 만에 완판됐다.

SPC그룹은 ‘헌트릭스’ 케이크와 캐릭터 마카롱을 판매 중이고, 주요 매장 외관을 케데헌 이미지로 래핑해 이색 체험 공간으로 꾸몄다. 아이 손잡고 빵 사러 갔다가 “엄마, 이거 애니에서 봤던 거야!”라는 외침을 듣는 순간, 애니메이션의 영향력을 새삼 체감하게 된다.

에버랜드는 오는 9월 말까지 ‘케데헌 테마존’을 운영한다. 인기 캐릭터와 사진을 찍고, 애니 속에 나온 ‘K-분식’을 맛보고, 캐릭터 분장 체험까지 가능하다. 방학이 끝나 아쉽다면, 주말 가족 나들이 코스로 손색없다.

‘케데헌’은 단순히 K팝을 그린 애니가 아니다. 우리 아이에게 익숙한 K문화가 어떻게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지, 또 그것이 어떻게 실제 관광·경제·의료로 연결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아이 손잡고 사우나, 한의원, 에버랜드를 방문하며 “이게 진짜 케데헌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기회. 그건 단순한 놀이나 소비를 넘은 문화 체험이고, 동시에 우리 아이에게는 살아 있는 한국의 힘을 보여주는 수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