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은 더 이상 여성 전용 아이템이 아니다. 직장인 김진우 씨(26)는 최근 무채색 양산을 장만했다. 처음엔 ‘남자가 양산을?’ 하는 선입견에 망설였지만, 온라인에서 이미 많은 남성이 쓰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바로 구매했다. 꽃무늬·레이스 대신 깔끔한 블랙과 네이비, 게다가 우산 기능까지 겸한 ‘우양산’이 대세다.
백화점·온라인 플랫폼에서 매출 폭발
신세계백화점의 7월 양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3% 증가, 롯데 60%, 현대 47%가 늘었다. 그런데 성장세를 이끄는 주역은 여성 아닌 남성이다. 무신사에서 7월 남성 고객의 양산 검색량은 지난해보다 1083% 폭증했고, 패션 플랫폼 ‘4910’에선 거래액이 954% 늘었다. LF몰은 남성 양산 검색량이 14배 늘었고, 닥스 우양산 판매량은 2배 넘게 증가했다.
양산이 뜨는 이유, 극한 폭염과 피부 관리
체감 40도의 폭염 속에서 더위 앞에 남자 자존심은 의미가 없다. 서울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양산은 체감 온도를 최대 10도 낮춰주고, 자외선 차단율은 98%에 달한다. 동시에 ‘피부 관리’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미백, 주름 예방, 자외선 차단은 이제 남성도 챙기는 시대. CJ올리브영 조사에 따르면 남성 10명 중 9명이 자기관리에 돈을 쓴다고 답했고, 월평균 23만 원 중 7만 원을 스킨케어·메이크업에 지출했다. 핸드백·립밤처럼 과거 여성 전유물로 여겨졌던 제품을 남성도 쓰는 흐름에 맞춰 양산의 용도도 바뀌고 있다.
유통가는 ‘우양산 전쟁’ 돌입
남성 수요 폭발에 발맞춰 유통업계도 전략을 바꿨다. 신세계는 강남점에서 초경량 우양산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다이소는 UV 차단 우양산을 내놨지만 대부분 품절됐다. 닥스 액세서리는 제품 스타일을 18% 늘리고, 단순 블랙뿐 아니라 베어 그래픽, DD 패턴 같은 캐주얼·고급 디자인을 동시에 선보였다.
남성 양산, 손 선풍기처럼 대중화 될까
전문가들은 남성 양산이 단순 유행이 아니라 여름 필수템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본다. 기후 위기로 극한 폭염은 반복될 수밖에 없고, 남성 자기관리 문화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서울대 곽금주 교수는 “이제는 남성이 양산을 쓰는 게 당연한 소비문화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 손 선풍기가 여름 필수템이 된 것처럼, 양산 역시 남녀 모두가 챙기는 아이템이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