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이란 대체 무엇일까, 발렌시아가가 또 질문을 던졌다. 이번엔 종량제 봉투다. 그 흔한 마트 비닐봉지처럼 생긴 토트백을 149만 원에 내놨다. 디자인은 누가 봐도 비닐봉투인데, 가격은 웬만한 노트북 수준이다. 제품명은 ‘마르쉐 패커블 토트백’, 2025년 겨울 컬렉션 신상이란다.
크기? 손잡이 달린 대형 봉투 느낌 그대로
가로 50cm, 세로 52.8cm에 손잡이까지 달려 딱 손에 들고 종량제 버리러 나가는 스타일. 앞면엔 브랜드명, 홈페이지 주소, 파리 매장 주소까지 인쇄돼 있다. 비닐봉투는 PE지만 이건 나일론 계열의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UHMWPE)으로 만들었다. 충격에 강하고 하중도 잘 견딘다니, 쓰레기 대신 노트북을 넣고 다녀도 된다는 이야기다.
가격은 무려 149만원. 명품의 기준은 디자인이 아니다?
국내 공식 홈페이지 기준 149만 원, 해외 판매가는 약 138만 원 수준. 소재와 제조국은 이탈리아. “튼튼한 가방이니까”라는 설명은 달았지만, 소비자 반응은 다르다. SNS에서는 “종량제 봉투 디자인에 150만 원이라니”, “이거 들고 분리수거장 가면 명품 플렉스 인정?”, “진짜 산 사람 후기도 보고 싶다” 같은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게 처음이 아니다
발렌시아가는 이미 2022년 ‘쓰레기 파우치’라는 이름으로 윗부분이 구겨진 비닐봉지 같은 가방을 약 200만 원에 판매한 적이 있다. 그때도 런웨이에 등장한 모델들이 쓰레기 버리러 가는 사람처럼 보인다고 화제가 됐다. 그 외에도 감자칩 봉지 클러치, 투명 테이프 팔찌, 800만 원짜리 커피 컵 클러치까지. 현실과 패션 사이의 간극을 계속해서 실험 중이다.
진짜 문제는, 이걸 사는 사람이 있다는 거다
결국 브랜드가 던지는 메시지는 뻔하다. “우리가 만들면 뭐든 명품이 된다.” 그 실험이 기상천외할수록 더 눈에 띄고, 더 많이 공유된다. 발렌시아가가 이번에도 똑같이 의도했을 것 같지? 문제는, 이런 제품이 나올 때마다 진짜로 결제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다. 이쯤 되면 누가 소비자를 조롱하고 있는 건지, 소비자가 유쾌하게 반응하고 있는 건지 경계도 애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