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렸던 기억이 돌아왔어요.” 소설 속 인물을 기억하지 못해 책을 포기했던 한 여성이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병원 치료를 받은 게 아니다. 식습관과 운동, 명상, 사람들과의 대화—단지 이 네 가지 생활습관을 바꿨을 뿐이다. 알츠하이머 초기, 생활습관만 바꿔도 인지 기능이 회복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약 없어도 된다’는 이 발표는 전 세계 치매 예방 전략을 바꿔놓을 수 있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치매, 되돌릴 수 있다… 단 ‘이 네 가지’를 바꿔야
미국 캘리포니아대 딘 오니시 교수팀은 알츠하이머 초기 또는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성인 49명을 대상으로 20주간 생활습관 변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 결과, 프로그램에 참여한 그룹은 참여하지 않은 대조군보다 인지 기능이 눈에 띄게 유지되거나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바꾼 건 딱 4가지다.
- 식습관 – 가공을 최소화한 식물 기반 식단(MIND식단)
- 운동 – 매일 유산소 + 근력 운동
- 스트레스 관리 – 명상, 스트레칭, 호흡 훈련 등
- 사회적 관계 – 주 12시간 온라인 대화 참여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수치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있었다. 프로그램 참여 그룹은 혈액 속 아밀로이드 베타 비율이 평균 6.4% 증가한 반면, 대조군은 오히려 8.3% 감소했다. 혈당, 인슐린, 콜레스테롤, 케톤체 등 대사 지표에서도 전반적인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기억을 잃어가던 사람, 다시 ‘계산기’가 됐다
참여자 중 한 명인 **태미 마이다(57세)**는 CNN 인터뷰에서 “기억력이 떨어져 하루에도 몇 번씩 차키, 지갑, 안경을 잃어버리고 소설도 끝까지 못 읽었다”며 “치매가 진행된 줄 알았는데, 프로그램 덕분에 기억력과 집중력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그녀는 지금 다시 책을 읽고, 가계부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 혈액 검사에서도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 수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 들면 치매 온다’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
오니시 교수는 “지난해 연구 이후에도 추가 추적한 결과, 참여자 중 37.5%는 40주간 인지 저하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비슷한 연구가 최근 JAMA에 발표된 미국 ‘포인터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포인터 연구는 고령자 2111명을 대상으로 2년간 생활습관 개선 실험을 진행한 대형 임상시험이다. 이 연구 역시 신체 운동, 식단 개선, 인지 훈련, 사회 참여 등 복합적인 개입이 인지 능력 회복에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냈다.
전문가들은 “치매는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질환”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기억력 저하, 집중력 감퇴, 이름 기억이 어려운 초기 증상이 있을 때, 약보다 먼저 생활 루틴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