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열풍이 거세다. 체중 조절, 심폐 강화, 스트레스 해소까지 달리기로 건강을 되찾았다는 경험들은 러닝 초보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하지만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장거리 러닝이 오히려 대장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이노바샤르암센터 연구팀은 마라톤 및 울트라마라톤을 즐기는 성인 100명을 조사한 결과, 절반 가까이에게서 대장 폴립(전암성 종양)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중 15%는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진행성 선종’이었다. 일반인 대비 10배 높은 수치다.
러너 절반, 대장에 종양… 일반인보다 10배
연구 대상은 35~50세 사이의 성인으로, 최소 2회 이상 울트라마라톤 또는 5회 이상 마라톤 완주 경험이 있는 **‘고강도 러너’**들이다. 가족력이나 기존 대장 질환 이력은 없었다.평균 연령 42.5세인 이들에게 대장내시경을 실시한 결과, 폴립 발견률 약 50%, 진행성 선종 발결률 15%로, 이 수치는 같은 연령대 일반인의 폴립 발견률(1~2%)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높은 셈이다.
참가자 중 한 명인 로라 린빌 씨(47)는 “달리기가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7개의 폴립이 발견돼 시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지속적이고 과도한 장거리 달리기가 장기(腸器)에 일시적인 혈류 차단(허혈) 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세포 손상 → 만성 염증 → 종양 성장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닝 중 흔히 겪는 ‘러너스 다이어리아(운동성 설사)’ 역시 장 허혈과 관련 있는 증상이다.
이노바샤르암센터 종양학자 티머시 캐넌 박사는 “인과관계를 단정하긴 이르지만, 장거리 지구력 운동이 대장암 위험인자일 수 있다는 신호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미국암협회에 따르면 55세 미만 대장암 환자 비중은 1995년 11% 에서 2019년 20%로 거의 두 배 늘었다. 사망률도 2000년대 이후 매년 1%씩 증가하고 있다. 특히 운동 후 설사, 잦은 배변 변화, 직장 출혈, 복부 통증이 반복된다면 내시경 검사를 고려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