쌉쌀한데 끌린다. 단맛은 있는데 질리지 않는다. 입에 감도는 쌉쌀한 여운 하나로 Z세대의 디저트 취향이 뒤바뀌고 있다. 요즘 20·30대가 꽂힌 맛, 바로 ‘말차(matcha)’다. 그린 컬러부터 감성이고, 적당한 쌉쌀함이 입맛을 정리해주는 느낌. 말차가 지금 디저트 시장에서 ‘맛의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말차가 센터인 이유
한때 ‘힙한 취향’으로만 여겨졌던 말차가 이젠 메인 무대에 섰다. 미국에선 헐리우드 셀럽들이 말차 라떼를 들고 거리에서 찍힌 사진이 트렌드를 만들었고, 한국에선 감각적인 디저트 카페를 중심으로 퍼졌다. 초코나 바닐라에 익숙했던 입맛이 ‘쌉쌀+깔끔’이라는 말차 특유의 조합에 눈을 뜨면서 Z세대 입맛에 제대로 꽂힌 것. 식품업계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새로운 말차 디저트가 줄줄이 나오고, 이미 히트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제품도 적지 않다.
“이건 무조건 먹어야 해”…줄줄이 쏟아지는 신상
투썸플레이스는 대표 디저트 ‘아이스박스 케이크(아박)’에 말차를 더한 ‘떠먹는 말차 아박’을 출시했다. 부드러운 말차 마스카포네 크림, 진한 말차 가나슈, 다크 초코 쿠키가 층층이 쌓인 비주얼과 맛이 SNS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X(구 트위터)에서는 출시 직후 수만 건 이상 공유되며 “말차 덕후라면 이건 무조건 먹어봐야 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출시 일주일 만에 투썸의 조각 케이크 중 오리지널 아박 다음으로 많이 팔린 제품으로 올라섰다.
남양유업도 히트 브랜드 ‘초코에몽’의 후속작으로 ‘말차에몽’을 선보이며 열풍에 뛰어들었다. 은은한 말차 향에 우유의 고소함이 더해졌고, 부드럽고 깔끔한 뒷맛이 특징이다. 지난 18일 네이버 쇼핑 라이브커머스에서는 출시 기념 박스가 완판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아이스크림 시장도 말차로 물들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월드콘, 설레임, 티코 등 인기 아이스크림에 말차 맛을 더한 시즌 한정 제품을 출시했고,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 청수당과 협업해 빈츠, 아몬드볼, 빼빼로 등에서도 말차 라인업을 확장했다.
말차 없으면 콘텐츠가 안 되는 시대
단순히 ‘맛’ 때문만은 아니다. 말차는 Z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비주얼 + 건강 + 무드라는 세 요소를 모두 갖췄다. 일단 파스텔 그린의 컬러감은 콘텐츠에서 존재감이 크고, 쌉쌀함 속의 풍미는 건강한 이미지와도 맞닿아 있다. 한 번 빠지면 계속 찾게 되는 매력은 ‘디저트 중독’ 대신 ‘말차 몰입’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인기만큼 공급 문제도 커지고 있다. 말차의 원료인 ‘텐차’는 일본이 주 공급처인데, 수요 급증으로 인해 가격이 kg당 8000엔을 넘기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일본 대표 말차 업체 마루큐 코야마엔은 7월부터 제품 가격을 50~60% 올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국산 말차와 혼합 사용으로 대응하고 있다. 투썸플레이스는 일본산과 제주산을 함께 쓰고 있고, 남양유업은 국산 말차 가루를 사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Z세대의 입맛이 말차에 꽂히면서 수급도 예민한 문제”라며 “품질과 가격을 동시에 고려한 혼합 사용이 추세”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