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멀쩡한데, 왜 내시경을 안 해줘요?” 90세 노인이 병원에서 이런 항의를 하는 일이 종종 있다. 하지만 의료진의 대답은 단호하다. “무조건 하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정부는 위암·대장암에 대해 정기적인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위암은 40세 이상, 대장암은 50세 이상이면 대상자가 된다. 그러나 이 기준은 상한 연령이 없다. 즉, 이론적으로는 90세, 100세여도 검진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전문가들은 “80세 이상 고령자에게 일률적인 내시경 검진은 무의미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PACEN)은 지난 6월, 고령자의 암 검진에 대한 의미 있는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를 이끈 김현수 교수(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는 7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위암과 대장암 검진 효과를 추적했다.
그 결과는 위암 내시경 검진은 79세까지 사망률을 43% 줄였고 대장암 검진도 79세까지 사망률을 30% 낮췄다. 그러나 80세 이상부터는 ‘뚜렷한 효과 없음’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를 기반으로 PACEN은 “80대 이상은 개인 건강 상태, 기대수명, 암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위암이나 대장암은 진단보다 치료가 중요하다. 문제는 고령자일수록 진단 후 치료 과정이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90세 환자에게서 위암이 발견되면, 수술은 가능할지 몰라도 고령자의 심장·폐도 90세로, 항암 치료나 수술 자체를 견디기 어렵다고 얘기한다.
검진 권고 연령, 75세 이상은 전문가와 상담 후 결정해야
대장암의 90% 이상은 후천적, 즉 환경적 요인이 크다. 10%는 가족력이 영향을 미치는데, 부모나 조부모 중 대장암 환자가 있다면 검진을 조금 더 이르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검진 권고 연령인 45~50세보다 10년 정도 이른 35~40세부터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75세 이상은 의료진과 상담 후 결정하도록 했다. “환자가 원한다고 무조건 검진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장암의 경우 면역 항암제, 표적 치료제 등 신약들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는 경우가 많고, 부작용도 적지 않다. 기적의 치료제처럼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잘 맞는 환자’에게만 효능을 발휘한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가가 제공하는 검진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검진이 곧 정답은 아니다. 특히 80세 이상 초고령자라면 ‘검사를 하느냐 마느냐’보다 ‘검사 후 치료가 가능한가’가 핵심이 된다. 환자의 건강 상태, 기대수명, 가족력, 암 위험도를 의료진과 충분히 논의한 후 “나에게 맞는 암 검진”을 선택하는 것이, 진짜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대장암 예방법은 생활습관에서 시작된다
대장암 예방을 위한 기본 수칙은 다음과 같다.
- 고기, 기름진 음식, 탄 음식, 패스트푸드는 피하기
- 채소, 과일 등 식이섬유 섭취 늘리기
- 변비 개선을 위한 배변 습관 조절
- 금연, 절주
- 유산소 운동
- 스트레스 줄이기
-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진
특히 용종을 조기에 제거하면 대장암으로의 발전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