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억 원 작품 개막 당일 완판…‘프리즈·키아프 서울 2025’ 미술시장 기대감 증폭

작품 판매도 호조세, 국내외 갤러리 “침체 분위기 걷혔다”
62억 원 작품 개막 당일 완판…‘프리즈·키아프 서울 2025’ 미술시장 기대감 증폭 1

사진출처: 프리즈 서울의 하우저앤워스 갤러리에서 62억원에 판매된 마크 브래드포드의 회화. 3개의 캔버스로 구성돼 있다. 사진 출처: 하우저앤워스

국내 최대 미술 장터이자, 세계적 아트페어로 자리잡은 ‘프리즈 서울(Frieze Seoul)’과 ‘키아프 서울(Kiaf Seoul)’이 3일 서울 강남 코엑스 전관에서 개막했다. 이날은 VIP를 대상으로 한 프리뷰가 진행됐으며, **김혜경 여사(이재명 대통령 부인)**를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 김영수 문체부 1차관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현장에서는 이례적으로 빠른 고가 작품 판매가 이어지면서 미술 시장 침체 우려를 불식시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개막 첫날 62억 원 작품 거래…마크 브래드포드 최고가 기록

프리즈 서울에 참가한 하우저앤워스 갤러리는 미국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의 작품을 62억 원에 판매, 개막일 기준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현재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는 브래드포드의 대규모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프랑스 기반의 페로탕 갤러리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소품 10점을 포함한 총 12점의 작품을 전량 판매했다. 주요 작품 가격은 최대 60만 달러(약 8억 3천만 원)에 이르렀다. 영국 작가 엠마 웹스터의 대형 회화(약 1억 2천만 원)와 국내 작가 전광영의 신작도 조기 완판되며 긍정적인 시장 반응을 확인했다.

키아프도 ‘내실’ 전략 성과…고가 거래 잇따라

국내 아트페어 키아프(Kiaf)는 올해 갤러리 수를 대폭 줄이는 대신, 참가 자격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공진(共進)’을 주제로 내세운 올해 행사에는 국내외 175개 갤러리가 참여, 고른 작가군과 작품으로 균형을 맞췄다.

국내 갤러리 학고재에서는 김환기의 작품이 20억 원에 거래됐고, 국제갤러리에서는 제니 홀저의 작품이 40만 달러(약 5억 5,700만 원)에 판매됐다.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작품은 21억 원, 메리 코스의 작품은 22만 달러(약 3억 원)에 거래되며 키아프 측도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참가 갤러리 수는 줄고, 작품은 정제돼…‘양보다 질’로 무게중심 이동

프리즈와 키아프가 나란히 개막한 것은 올해로 4회째다. 지난해까지 총 318개 갤러리가 참여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프리즈 120개, 키아프 175개 등 총 295개 갤러리로 소폭 감소했다. 특히 키아프 측은 참가 갤러리 수를 대폭 줄이면서 “외형보다 내실”을 강조했다. 이성훈 키아프 운영위원장(한국화랑협회장)은 “어려운 시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고민한 결과”라며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심사 기준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프리즈, ‘서울=아시아 허브’ 전략 본격화…참가 갤러리 60% 이상 아시아권

프리즈는 올해 참가 갤러리 중 60% 이상을 아시아권으로 구성하며, 서울을 기반으로 아시아 미술 시장 교두보로의 입지를 강화했다.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한국 갤러리의 글로벌 성장 가능성을 반영한 조치”라며 “서울은 세계 미술시장과 아시아 시장을 잇는 핵심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유수 갤러리들도 여전히 강한 존재감을 보였다. 가고시안은 무라카미 다카시, 데이비드 즈워너는 쿠사마 야요이, 하우저앤워스는 루이즈 부르주아, 화이트큐브는 안토니 곰리와 트레이시 에민의 작품을 출품했다. 한국 갤러리들도 프리즈 마스터즈 섹션에 진출하며 김환기, 박수근, 변월룡 등 근현대 거장 작품을 전면 배치했다.

프리즈와 키아프는 2022년부터 공동 개최를 시작하며 5년 간 협업을 약속한 바 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으며, 내년 계약 연장 여부에 대한 업계 관심도 커지고 있다. 양측은 공식적으로 “협업은 계속된다”는 입장을 내고 있지만, 행사 성과에 따라 향후 관계 설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초고가 거래 여전하지만, 신중함은 늘어…달라진 시장 분위기 반영

한편, 프리즈와 키아프 양측 모두 수백억 원대 초고가 작품보다는 안정적인 가격대의 블루칩 및 차세대 작가 작품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 눈길을 끌었다. 미술 시장의 장기 침체 국면을 의식한 결과로, 갤러리 측도 작품 구성과 가격 전략에서 실제 거래 가능성을 보다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서울에서 나흘간 진행되는 프리즈는 6일까지, 키아프는 7일까지 닷새간 이어진다. 국제 미술계의 이목이 서울에 집중된 가운데, 이번 행사가 침체된 시장에 새로운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