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피부과, 격주로 제모, 주말에는 두피 관리, 요즘 30대 남성 사이에서 낯설지 않은 일정표다. “예전엔 피부과 문 열고 들어가면 다 여자였는데, 요즘은 남자도 많아요. 대기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반반이에요.”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말이다.
단순히 ‘신경 좀 쓰는’ 수준이 아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피부과에서 100만원 이상 지출한 30대 남성은 전년 대비 무려 73.7% 증가했다. 성별·연령 통틀어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체형 관리, 두피 관리 분야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남성 이용자 비중은 50~60대를 포함해 전 연령대에서 급증하고 있고, 탈모·두피 전문점에서는 이미 남성이 여성보다 많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2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피부과에서 100만원 이상을 결제한 30대 남성 고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7% 늘었다. 성별·연령을 통틀어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어 60대 여성(65.8%), 60대 남성(44.5%), 50대 남성(40.0%) 순으로 나타났고, 전체 피부과 이용 건수는 2년 전보다 31.2% 증가했다.
여전히 여성 고객 비중이 76.6%로 높지만, 변화의 속도는 남성이 더 가파르다. 피부뿐 아니라 체형 관리, 두피·탈모 케어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체형·비만 관리 전문점에서는 남성 이용자가 평균 35% 늘었고, 특히 60대·50대·30대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탈모·두피 관리 전문점 이용자 중에서는 남성이 54%로 여성보다 많았다. 피부과·미용의료 시술은 건당 지출 규모가 여성보다 작지만, 증가 속도는 훨씬 빠르다.
SNS에선 이들을 두고 ‘에겐남(에스트로겐이 느껴지는 남자)’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잘생겼는데 다정하다”, “딱히 근육은 없어도 피부가 좋아 보인다”는 식의 평이 따라붙는다. 연예인 차은우, 정해인, 최우식, 축구선수로는 손흥민이 대표적인 이미지다.
중요한 건, 이 현상이 단지 미적 감각의 진화로만 보긴 어렵다는 점이다.이제 외모는 하나의 자산이고, 자기관리는 경쟁력이 됐다.호감도 높은 인상, 깔끔한 피부, 단정한 스타일은 면접, 소개팅, SNS 어느 자리에서든 강한 ‘첫인상’의 힘으로 작용한다.
연구소 측은 “외적인 관리가 스펙처럼 여겨지는 흐름 속에서, 남성 소비자들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