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10세 미만 아동의 우울증 및 불안 장애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4년 사이 10세 미만 우울증 환자는 2배 이상 늘었으며, 같은 기간 불안 장애로 진료받은 아이들 역시 88% 증가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아동기 우울과 불안이 적절한 개입 없이 방치될 경우 학업 중단, 자살 사고, 성인기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소아정신과 전문 인력과 입원 병상 등 인프라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세 미만 우울증 환자 2.2배 증가…불안 장애도 ‘급증’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우울증 진료 인원은 2020년 83만2483명에서 지난해 110만6603명으로 32.9% 늘었다. 이 가운데 10세 미만 아동은 2020년 991명에서 2024년 2162명으로 무려 118.2% 증가,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불안 장애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안 장애로 진료받은 10세 미만 아동은 4336명으로, 2020년(2311명) 대비 88%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불안 장애 환자 증가율은 20%에 그쳐, 아동 증가폭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10대 역시 우울증(83.5% 증가), 불안 장애(65% 증가) 모두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스마트폰, 가정환경, 성조숙… “스트레스 연령이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유·아동 정신건강 악화의 원인으로 △부모의 정신건강 문제와 이혼 등 불안정한 가정환경 △SNS 조기 노출 △과도한 학업 기대감과 성적 비교 △또래관계 스트레스의 조기화 등을 꼽는다.
실제 임상에서도 심각한 사례가 늘고 있다.서울에 사는 A(9)군은 부모의 이혼과 어머니의 우울증 진단 이후, 감정 기복과 고립 행동이 심해져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군의 어머니는 “아이가 사람 많은 곳을 피하고, 방 안에 혼자 틀어박혀 스마트폰만 보려 한다”며 “처음에는 단순한 성격 문제인 줄 알았는데 점점 심해졌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이모(46)씨는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최근 불안 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아이가 혼자 자려 하지 않고, 학교를 가기 싫어해 이상하다고 느껴 병원을 찾았다”며 “요즘은 아이도 치료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전했다.
치료 문 열렸지만, 병상은 부족…“골든타임 놓친다”
소아정신과 전문의들은 최근 진료 접근성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실제 입원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 아동을 수용할 병상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아동·청소년 정신병동을 보유한 국공립 병원은 손에 꼽히고, 대도시 외 지역에서는 전문의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소아기 우울증과 불안 장애는 조기 개입 시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만 부모의 인식과 환경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부모가 기억해야 할 아동 정신건강 주요 신호]
- 학교 가기 싫다며 자주 복통·두통을 호소함
- 친구와의 관계를 피하거나 지나친 분노 반응
- 밤에 잠들기 어려워하거나 악몽을 반복
- 스마트폰이나 게임에 집착하고 대화 거부
- 감정 표현이 줄고, 눈맞춤·스킨십 회피
[도움 받을 수 있는 곳]
- 정신건강복지센터(지역별 운영)
-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상담 전화 1577-0199
- 국립정신건강센터 소아정신클리닉
- 시·군·구 보건소 정신건강 사업 담당 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