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인 가구가 사상 처음 1,000만 세대를 넘어섰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전체 세대의 41.1%가 1인 가구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의 독거 비율이 높아지면서, ‘고독사’에 대한 사회적 우려와 함께 ‘무연고 상속’ 문제가 조용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상속인은 없고, 유언도 없다면 평생 모은 재산은 그대로 국고로 귀속된다. 실제로 2014년 1,200만 원에 불과했던 무연고자 상속재산 국고 귀속액은 2021년부터 매년 20억 원 이상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유언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한다.
유언장을 안 쓰면 생기는 일
현행 민법상, 법적 상속인이 없거나 유언이 없을 경우 사망자의 재산은 국가에 귀속된다. 상속인에 해당하지 않는 지인, 돌봄 제공자, 사실혼 배우자 등은 아무런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문제는 유언장을 쓰지 않는 사람이 많고,
쓰더라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무효 처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에 유언을 녹화하거나 녹음하는 사례도 늘고 있지만 법적 효력을 가지려면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하므로 실제로는 무효로 판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간단하고 많이 쓰이는 방법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이다. 법적 효력을 갖기 위해선 다섯 가지 요건을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첫째, 유언 내용 전체를 손글씨로 직접 써야 한다. 둘째, 연·월·일이 모두 기재되어야 한다. 일부라도 빠지면 무효다. 셋째, 이름과 함께 정확한 주소를 적어야 하며, 주소는 아파트 동·호수까지 포함해야 한다. 넷째, 자필 서명 또는 본인의 인감 도장이 있어야 한다. 다섯째, 작성된 유언장은 공증 없이도 효력이 있지만, 분실되거나 훼손될 경우 법적 분쟁 소지가 크므로 변호사, 금융기관, 법무사 등을 통한 안전한 보관이 권장된다.
스마트폰 영상이나 음성 녹음만으로는 법적 유언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녹음에 의한 유언’이나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방식은 두 명 이상의 증인, 녹음 과정의 특정 절차, 공증 등의 조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따라서 단독으로 촬영한 휴대폰 영상, 메모앱에 남긴 텍스트 유언 등은 효력 불인정 가능성이 높다.
유언장에는 단순히 ‘누구에게 무엇을 준다’는 내용만 담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채무 관계도 명시할 수 있으며, 법적으로 권리·의무가 인정된다. 예를 들어 “OO에게 빌린 500만 원을 상속재산에서 변제하라.” “OO에게 빌려준 1,000만 원은 A가 회수하도록 한다.” 등의 문구는 유언으로 효력을 가질 수 있다. 다만 채권(받아야 할 돈)은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개인 간 금전 거래의 경우 시효는 10년이며, 그 기간 내 채무자에게 상환 요구를 하지 않으면 권리가 소멸된다. 따라서 유언장 작성 전, 채권 여부와 시효 진행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언장 말고, 유언대용신탁, 보험금청구권신탁이라는 선택지도 있다
최근엔 금융권을 중심으로 유언대용신탁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이는 생전 자산을 신탁에 맡기고, 사후 수익자를 지정해 상속을 유언장 없이 자동 실행할 수 있는 제도다. 유언대용신탁의 장점은 분쟁 가능성이 적고 절차가 간소하다는 점에서 최근 인기가 있다. 보험금청구권 신탁도 활용 가능하다. 사망 보험금을 일시금이 아닌 월 단위로 지급받도록 설계해 금융 이해도가 낮은 수익자도 안정적으로 자산을 이어받을 수 있다.
가족이 없거나, 관계가 복잡하거나, 특정한 의사를 명확히 하고 싶다면 유언장은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 “유언은 사후를 위한 것이지만, 가장 인간적인 사전 배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