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 서울’의 심장부, 로에베가 움직인다

이인진 작가의 전시 ‘집적’, 프리즈에서 선보여
‘프리즈 서울’의 심장부, 로에베가 움직인다 1

사진출처: 이인진작가 및 작품, 요제프 알베르스, 정사각형에 대한 경의를 위한 습작 / 로에베

도예가 이인진의 전시 ‘Collecting & Piling: 집적’ 프리즈 서울 2025 공식 프로그램 중 핵심 행사로 오는 9월 4일부터 14일까지 청담동 까사 로에베 서울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프리즈의 성격과 방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 프로그램이자, 글로벌 하이엔드 브랜드와 현대 공예가의 정수가 만나는 특별한 자리다.

‘프리즈 서울’은 이제 단순한 아트페어가 아니다. 서울이 아시아 미술 시장의 허브로 부상하는 가운데, 프리즈는 매해 도시 전체를 예술로 물들이는 도시형 문화 축제이자 글로벌 네트워크의 교차점으로 자리잡았다.

올해도 청담, 한남, 성수 등 주요 지역에서 수백 개의 전시, 쇼케이스, 브랜드 협업, 야간 행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진다. 그 안에서 로에베의 ‘집적’ 전시는 단연 독보적이다. 단순 협찬이나 팝업 수준을 넘어, 프리즈 서울이 직접 주관하고 공식 선정한 메인 전시 중 하나로 기획됐기 때문이다.

로에베가 선택한 작가 이인진

로에베는 패션 브랜드지만, 그 정체성은 예술에 가깝다. 1846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시작된 장인정신, 그리고 1988년 설립된 로에베 재단의 문화예술 후원 역사는 이미 예술계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특히 2016년부터 시작된 ‘로에베 재단 공예상’은 현대 공예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이인진 작가 역시 이 공예상 2023년 최종 후보자로 선정된 바 있다.

‘집적’ 전시는 작가의 대표 테마인 ‘쌓기’를 중심에 둔다. 도자기를 탑처럼 올리고, 철제 구조물 안에 반복적으로 배치하며, 조형성과 질감을 실험한 20여 점의 작품이 공간을 구성한다. 이 중 상당수는 이번 전시를 위해 직접 큐레이션된 신작이다.

장작 가마로 빚어낸 무유소성 기법은 불과 재, 시간의 흔적이 남긴 자연스러운 표면 질감을 표현한다. 수십 점의 작은 기물이 모여 이뤄낸 압도적인 볼륨감은 단순한 공예 작품을 넘어 조각적 설치미술에 가깝다. 관객은 그 안에서 “예술이 쌓이는 장면”, “노동과 시간이 구조를 만드는 과정”을 마주하게 된다. 전시가 아닌 하나의 ‘장면’ 속의 나를 발견할 수 있다.

9월 3일, 공식 오프닝 전날에는 프리뷰와 함께 두 차례의 아트 토크가 진행된다. 이인진 작가가 직접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진행은 로에베 공예상 패널이자 한국조형디자인협회 이사장인 조혜영 큐레이터가 맡는다. 같은 날 밤엔 프리즈 대표 행사 중 하나인 ‘청담나잇’도 함께 열린다. 청담 일대의 갤러리와 브랜드들이 야간 개방되는 대규모 아트 이벤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