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생 직후 억대 자산을 증여받은 0세 신생아가 734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의 대물림’이 점점 더 이른 시점부터 이뤄지고 있으며, 증여 규모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증여세 결정 현황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0세 아기에게 이뤄진 증여는 총 734건, 금액은 671억 원이었다. 1인당 평균 9,141만 원 규모다.
이는 전년(636건, 615억 원) 대비 건수는 98건, 금액은 56억 원 증가한 수치다. 0세 증여 재산은 2020년 91억 원 수준에서 2021년 806억 원으로 급등한 뒤, 2022년(825억), 2023년(615억)을 거쳐 다시 상승세로 전환됐다. 자산 유형별로는 금융자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총 554건, 390억 원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이는 전년(452건, 289억 원) 대비 건수는 102건, 금액은 101억 원 증가한 수치다. 유가증권(주식 등)은 156건, 186억 원, 토지는 20건, 26억 원, 건물은 12건, 26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생아에게 유가증권과 부동산이 증여된 사례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자산 이전의 시기가 갈수록 앞당겨지고 있는 현실이 드러난다.
고등학생 무렵 ‘마지막 증여’ 집중…16세 평균 1억4,700만원 받아
미성년자 전체(0~18세)로 범위를 넓히면, 지난해 증여는 총 1만4,217건, 1조2,382억 원 규모였다. 1인당 평균 증여 재산은 8,709만 원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고등학교 재학 시기인 16~18세 구간에서 평균 증여 금액이 가장 높았다. 가장 많은 금액을 증여받은 연령은 16세로, 1인당 평균 1억4,719만 원에 달했다. 17세는 1억1,063만 원, 18세는 1억1,011만 원 순이었다.
초등학교 졸업 무렵인 12세(9,446만 원)와 중학교 입학 초기인 13세(9,418만 원)도 평균 증여 금액이 높게 나타났으며, 이들에 이어 0세가 뒤를 이었다. 증여 건수 기준으로는 11세가 903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10세 (892건), 12세(879건), 13세·16세(각 859건), 9세(851건)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초등 고학년 시기부터 부모 세대의 자산이 자녀에게 본격적으로 이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0세부터 고등학생까지 상당수가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부동산 자산을 일찌감치 상속받고 있는 셈이다.
10억 원 미만 증여, 대부분 세금 안 내…합법인가 편법인가
한편 현행법상 증여 시 기본공제는 직계존비속 간 10년 기준 5천만 원이다. 하지만 다양한 분산 증여, 합법적 우회 방법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산가들은 이 제도를 활용해 실질적으로 세금 부담 없이 자산을 이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조부모에서 부모, 부모에서 자녀로의 단계적 증여, 또는 자녀 명의로 금융계좌를 개설해 소득 없는 미성년자에게 자산을 이전하는 방식 등은 현재로선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명의신탁 등의 방식이 포함될 경우 세무조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어린이 금수저”는 숫자가 아니라 구조다
신생아가 태어나자마자 억대 자산을 상속받고, 학생 시절에 이미 수억 원대 자산가가 되는 현상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어린이 금수저’는 통계로만 존재하는 현상이 아니라, 한국 사회 자산 구조의 불균형과 부의 세습 현실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지표가 되고 있다. 부모나 조부모로부터 어린 자녀에게 이뤄지는 증여 중 일부는 형식적으로는 합법적 절차를 따르지만, 사실상 편법 증여와 다름없는 경우가 있다. 정당한 납세 의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세무 당국의 사후관리와 조사 강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