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 돈이니까, 차 팔아서라도 돌려줘야죠.” 유명 헬스 트레이너 양치승 씨가 보증금 사기 피해로 운영하던 체육관을 폐업했다. 손해 규모는 약 15억 원. 그는 회원들 환불금까지 마련하기 위해 차를 팔고 직접 PT를 진행하며 마지막까지 책임을 다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사기가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임대인(건물주)과 부동산 중개인을 믿고 계약서를 썼다가, 건물 구조나 소유권 문제로 보증금 전체를 날리는 일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당신은 이런 피해, 막을 수 있을까?
등기부등본엔 없었다… ‘기부채납’은 따로 확인해야
이번 사건은 단순한 임대 피해가 아니다. 건물이 일정 기간 후 지자체에 자동 귀속되는 구조였지만, 계약 당시 중개인과 임대인 누구도 그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게 양 씨의 주장이다.
‘기부채납’은 민간 개발 사업자가 일정 기간 운영 후 건물의 소유권을 공공기관에 넘기는 조건을 뜻한다. 표면적으로는 사용 가능한 공간이지만, 일정 시점 이후에는 계약 연장이 불가능하거나 강제 철거가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보가 등기부등본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할 구청의 도시계획과 건축물대장, 행정 민원 문서까지 확인해야 파악할 수 있다.
전문가들 “이제는 개인이 스스로 지켜야 하는 시대”
부동산·임대 관련 전문가들은 “이제는 계약 전에 일반 소비자도 행정 문서를 열람할 줄 알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공인중개사는 “건축물대장이나 도시계획 확인 없이 계약서에 도장부터 찍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그냥 하자’는 식의 태도로는 수천만 원을 지킬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임대인과 중개인이 모든 정보를 설명할 의무는 있지만, 사실상 책임을 끝까지 묻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실제 피해자들 다수가 소송에 지치고, 손해를 회복하지 못한 채 떠난다”고 말했다.
부동산 임대 사기 피해는 매년 증가 추세다.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세보증금 반환 분쟁은 2배 이상 늘었고, 상가 임대 피해 역시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특히 상업시설은 보호법의 적용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피해 보상이 쉽지 않다. 양치승 씨처럼 시설에 수억 원을 투자한 후 계약 리스크로 인해 모든 자산을 잃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전문가들은 계약 전 다음 사항을 반드시 확인할 것을 권고한다.
[계약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항목]
- 등기부등본 확인 (소유자 일치, 근저당, 경매 여부)
- 건축물대장 열람 (기부채납, 임시 건물 여부 확인)
- 계약서 특약 조항 명시 (문제 발생 시 책임소재 기재)
- 중개사 자격 번호·사무실 등록번호 확인
- 필요 시 관할 구청 민원실 방문 후 최종 확인
계약서를 쓰기 전, 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을 확인하고, 구청 민원실에서 건물의 용도나 향후 계획을 물어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분 남짓이다. 하지만 그 10분을 건너뛴 대가는 수천, 수억 원이 될 수 있다.
양 씨는 마지막 영상에서 “이런 일이 다시는 누구에게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가 팔았던 차의 가격은 환불금에 비하면 적을 수 있지만, 책임을 다하려는 마음은 크고 무거웠다. 그 마음만큼은, 다음 피해자가 없도록 노력하는 그의 진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