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한 달 만에 약 처방”…ADHD, 너무 이른 약물 치료 경고

미국 연구진 “취학 전 아동, 약보다 먼저 행동치료가 우선”…SNS 허위 광고로 피해 호소도 늘어
“진단 한 달 만에 약 처방”…ADHD, 너무 이른 약물 치료 경고 1

사진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를 진단받은 미취학 아동에게 약물치료가 너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소아과 권고안과 달리, 진단 직후 곧바로 약물 처방이 내려지는 경우가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학부모 사이에서는 “너무 어린 아이들에게 약부터 권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SNS를 통해 ADHD 치료에 효과가 있다며 판매되는 일부 영양제 제품들이 실제로는 단순 캔디류에 불과하다는 점도 함께 지적되며, 관련 피해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ADHD 치료의 핵심은 약물이 아니라 부모의 이해와 행동치료”라고 강조한다.

취학 전 아동 42%, 진단 한 달 내 약물 처방

미국 스탠퍼드 의대 야이르 배넷 교수팀은 지난달 30일, 미국의사협회 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을 통해 발표한 연구에서 ADHD 진단을 받은 미취학 아동 다수가 약물치료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 내 3~5세 아동 71만여 명의 전자의무기록을 분석한 결과, ADHD 진단을 받은 9800여 명 중 약 68.2%가 7세 이전에 치료제를 처방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이 중 42.2%는 첫 진단을 받은 지 30일 안에 약을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단 직후 약물 처방이 이뤄지는 비율은 병원별로 26~49%까지 다양했으며, 남자 아이가 여자 아이보다 17%, 5세가 4세보다 약 처방 확률이 62% 높았다.

하지만 이는 미국소아과학회(AAP)가 권고하는 지침과는 거리가 있다. AAP는 ADHD 진단을 받은 4~5세 아동의 경우, 약물치료에 앞서 최소 6개월간의 행동 관리 기반 치료를 우선 시행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배넷 교수는 “우리는 약물의 독성 자체를 걱정한 것이 아니라, 너무 이른 처방이 치료 지속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라며 “실제 많은 가족들이 부작용이나 효과 부족으로 약물 치료를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SNS 믿고 샀다가…” 광고에 속은 학부모들

약물치료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부모들은 다른 대안을 찾고 있다. 하지만 이 틈을 파고든 허위 광고 역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ADHD 극복’, ‘공부 잘하는 약’이라는 문구로 홍보되는 뇌영양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제품은 인플루언서가 체험담을 가장해 소개하거나, 댓글을 통해 구매 링크로 유도하는 방식으로 유통된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 확인 결과, 해당 제품 대부분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식품으로, ADHD 치료 효과를 입증할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단순 캔디류로 분류되는 제품도 있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치료 효과를 암시하는 광고는 현행법 위반”이라며 “특히 SNS 기반 광고는 단속이 어려워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수사 의뢰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치료보다 중요한 것, ‘부모와 아이의 시간’

전문가들은 약물 이전에 부모 교육과 행동치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ADHD 진단을 받은 아동은 충동 조절, 정서 표현, 집중력 등에서 어려움을 겪지만, 약물만으로는 이러한 행동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소아과학회가 권장하는 ‘부모 행동관리 교육’은 다음과 같다.

  • 아이의 긍정 행동에 보상 주기
  • 부정적 행동은 무시하기
  • 시각적 일정표를 활용한 정리 습관 만들기
  • 일관된 규칙 설정과 감정 조절 교육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국내에서도 ADHD 부모 교육 프로그램이나 놀이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을 제공하는 병원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빠른 해결’을 기대하는 부모들의 요구가 약물 처방으로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ADHD는 특정 연령대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주의력 부족과 혼동되기도 한다. 특히 만 4~5세 유아기에는 정상 발달 과정에서도 충동성과 산만함이 빈번하게 나타나며, 이로 인해 ‘너무 빠른 진단’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진단을 받더라도 부모가 아이의 상태를 충분히 관찰하고, 환경적 조정과 행동 개입을 먼저 시도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SNS 광고나 커뮤니티 정보에만 의존하지 말고, 의학적 근거가 있는 치료법과 공신력 있는 전문가 상담을 통해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