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만드는 데 왜 삼발이까지 본사에서 사야 하나요?” 피자 프랜차이즈 ‘반올림피자샵’ 가맹점주들은 지난 몇 년간 이런 불만을 속으로만 삼켜야 했다. 본사인 피자앤컴퍼니가 피자 삼발이는 물론 일회용 포크, 나이프 등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품까지 자신들이 지정한 업체를 통해서만 사도록 강제했기 때문이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섰다. 9월 7일, 공정위는 피자앤컴퍼니가 가맹사업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76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당연한 제재라는 반응이 많지만, 이 문제는 단지 피자 브랜드 하나의 일탈로 끝나지 않는다.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에서 ‘물류 마진’이라는 이름의 수익 구조가 가맹점에 심각한 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이다. 피자앤컴퍼니는 2020년 4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가맹 희망자 8명에게서 약 5700만 원의 가맹금과 교육비를 직접 수령했다. 이는 명백한 법 위반이다.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가맹금을 직접 받지 못하도록 돼 있다. 가맹 희망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일정 기간 동안 은행 등 예치기관에 보관하게 돼 있는 구조다. 이를 어기면 처벌 대상이 된다.
본사는 가맹점의 불이익 가능성을 무시한 채 돈부터 챙겼고, 이후에도 ‘필수물품’이라는 명목으로 유통 통제를 계속했다. 피자 삼발이, 플라스틱 포크, 조리용 장갑 등 일반 공산품까지 본사 또는 지정 업체에서만 구매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치킨도 사정은 똑같다… ‘본사 배만 불리는 구조’
피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들도 ‘유통마진’이라는 이름 아래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치킨 브랜드 6곳은 가맹점으로부터 연간 평균 6500만원의 유통마진을 챙긴다. 브랜드에 따라서는 가맹점 한 곳당 연 1억 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유통마진은 가맹점 매출의 10~17% 수준으로 추정된다. 가맹점이 월 4500만원을 벌면, 본사는 이 중 최대 840만원까지 떼어 가는 셈이다. 이는 정식 로열티가 아니다. 본사가 공급하는 원재료와 물품에 붙인 ‘차액가맹금’, 즉 마진이다.
문제는 이 구조가 투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원부자재 공급을 통한 차액가맹금 △특수관계인과의 내부거래 △납품업체 리베이트 등 4가지 경로로 이익을 챙기고 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외부에서 파악이 불가능하다. 신규 가맹 희망자에게만 제공되는 정보공개서에는 일부 수치가 담기지만, 그마저도 영업비밀이라며 대부분 삭제돼 있다.
기존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본사가 얼마나 이익을 챙기고 있는지 전혀 확인할 수 없는 구조다. 본사 물류센터가 직접 원재료를 제조하거나 가공하면, 그 원가조차 공개되지 않는다. 이익이 얼마인지도, 마진이 적절한지 여부도 알 수 없다.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가 브랜드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 물품’을 정하고 가맹점에 사용을 강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필요 최소한’이라는 전제 아래 운영돼야 한다. 실제 운영은 그렇지 않다.
삼발이, 종이박스, 포크 같은 제품까지 필수 지정하면서, 시중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마진을 취하는 구조가 업계 전반에 널리 퍼져 있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가격 비교나 자유 구매가 불가능하다.
피자든 치킨이든, 문제의 본질은 같다. 본사는 ‘브랜드 보호’를 명분으로 가격 결정권과 구매 선택권을 독점하고, 가맹점은 그 안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른다. 수익 구조는 투명하지 않고, 가맹점은 자신이 낸 비용이 얼마나 본사 수익으로 흘러갔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공정위의 이번 제재가 업계에 경각심을 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다. ‘가맹점=고객’이 아닌 이상, 이 구조는 계속될 수 없다. 진짜 상생은, 정보의 평등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