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를 살려주세요”유빈의 호소가 던진 질문… ‘약값 2억’이 말이 되나요?

유방암 뇌전이 치료제 ‘투키사’, 환자가 해외서 직접 사야 하는 현실
“언니를 살려주세요”유빈의 호소가 던진 질문… ‘약값 2억’이 말이 되나요? 1

사진출처: 원더걸스 출신 유빈, 유빈 인스타그램

“가족 중 누군가가 암에 걸리면, 우리 집의 시간은 그날 멈춰버립니다.” 원더걸스 출신 가수 유빈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고백은 단순한 ‘연예인 가족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가 공개한 건 자신의 큰언니가 유방암 4기, 뇌 전이 상태로 투병 중이라는 사실과, 치료는 있지만 현실은 막혀 있다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유빈은 “효과적인 치료제를 어렵게 찾아냈지만, 치료비가 너무 부담돼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기 힘들다”며, 국민청원 동참을 호소했다. 그가 말한 치료제는 바로 ‘투키사’(성분명 투카티닙). 국내에서 사용이 승인됐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이 스스로 해외에서 사 와야 한다.

2개월 약값이 3천만 원, 연간 치료비는 2억 원

투키사는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에게 전이가 발생했을 때 쓰는 3차 치료제다. 식약처는 2023년 말 이 약의 사용을 허가했지만, 아직 건강보험 급여 적용은 되지 않았다. 이 말은 곧, 환자 스스로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2개월 약값이 약 3,000만원으로 1년 치료비는 병용약포함 2억원 이상이 든다. 이 약은 ‘허셉틴’(트라스투주맙), ‘젤로다’(카페시타빈)와 함께 병용해야 효과를 낸다. 문제는 이 병용조차 투키사와 함께 쓰는 순간 비급여로 바뀌어, 전부 환자가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 가정에서는 아무리 계산해도 감당할 수 없는 숫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사실 투키사는 국내에서 이미 허가된 약이다. 문제는 제약사 간의 판권 이전과 건강보험 등재 지연 때문이다.

원래 투키사는 씨젠(Seagen)이 개발했고, 국내에선 MSD가 수입했다. 그런데 2023년 씨젠을 화이자가 인수하면서 판권이 화이자에 넘어갔다. 그 과정에서 허가·등록·라벨링 등 절차가 지연됐고, 그 결과 약은 있는데 쓸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치료가 불가능한 게 아니라, ‘불공정’한 것”

가족이 아픈데, 치료제가 있다는 걸 알고도 돈 때문에 쓸 수 없다면, 그것만큼 잔인한 상황은 없다. 유빈은 이번 일을 “우리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유방암 환우 모두의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약은 ‘엔허투’ 이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표적 치료제다.

지금도 많은 환자들이 치료 효과를 알고 있음에도 비용 때문에 포기하고 있고, 이미 치료 중이던 환자들마저 도중에 중단할 위기에 놓여 있다.

유방암은 한국 여성 1위 암이다. 한 해 수만 명이 새로 진단받고, 가족 중 누군가는 이 싸움을 시작한다. 지금 유빈의 언니가 겪고 있는 현실은, 아이를 둔 수많은 엄마들에게도 ‘남 일 같지 않은 이야기’다. 우리는 지금, “치료제는 있지만 쓸 수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것이 돈 때문이라면, 우리는 의료가 아닌 ‘운’에 기대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