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빵 990원? 우리 가게는 죄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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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베이커리 실험에 상처 입은 진짜 사람들…아이 간식 챙기는 엄마들, 속이 복잡하다
“소금빵 990원? 우리 가게는 죄인인가요” 1

사진출처: 이미지투데이

“990원 소금빵이요? 우린 소금값도 그보다는 더 나와요.” 서울에서 작은 동네 빵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신모(42)씨는 요즘 손님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진다. “유튜버가 소금빵 990원에 팔던데 여긴 왜 이래요?” 이 말 한 줄이, 새벽 4시 반부터 반죽하고 굽고 진열하던 하루를 허무하게 만든다.

지난달 말, 유명 경제 유튜버 슈카(전석재)가 운영하는 ‘슈카월드’는 서울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이름하여 ‘ETF 베이커리’. 소금빵 990원, 바게트 990원, 식빵 1990원으로 시중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초가성비’ 빵이 나왔다. 애초 계기는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에 대응하겠다”는 취지였다.

“자영업자 비난한 건 아냐”…유튜버의 해명, 빵 하나에 담긴 노동과 생계는

논란이 거세지자 슈카는 하루 뒤 방송을 통해 사과했다. “싼 빵을 만들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오해가 있었다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자영업자를 비난한 적은 없고, 구조적인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미 업계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반발이 잇따랐고, 실제 빵집을 운영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소금빵 하나에 원가만 천 원 넘는다”는 하소연이 쏟아졌다.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기준’이다. “이제 손님 기준이 유튜버 팝업스토어가 됐어요. 동네 빵집은 그냥 비싸기만 한 곳이 됐고요.” 서울 마포구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박모(52)씨는 그렇게 말했다. 그는 하루에도 300개 넘는 빵을 직접 구운다. 반죽도, 굽는 것도, 포장도 손으로 한다. “한 사람 임금, 재료비, 임대료, 전기세까지 다 합치면 빵 하나에 990원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엄마 고객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주부 이지현(37)씨는 아이 간식으로 동네 빵집을 자주 이용한다. “애가 한창 빵 좋아할 나이인데, 유튜브 보고는 ‘엄마 이 집은 왜 3천 원이야?’ 묻더라고요.” “설명해줘야죠. 여기 빵은 직접 반죽한 거고, 옆 사장님이 매일 새벽부터 만든 거라고요.”

가격 실험은 좋은데…그 뒤에 있는 ‘사람’은?

슈카는 자신의 콘텐츠에서 “빵 모양을 규격화하고, 산지 직송으로 원가를 낮췄다”고 설명했다.또 마진율이 아닌 ‘마진액’으로 계산하는 새로운 가격 구조를 제안했다.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실험이다. 하지만 그 실험이 세상에 나왔을 때, 사람들은 단순히 ‘싸다’만 기억했다.

자영업자들은 비교의 대상이 되었고,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가치와 신뢰는 흔들렸다. 누군가는 댓글로 “싼 빵이 나쁘단 말이냐”고 묻지만, 자영업자들이 말하는 건 가격이 아니라 마음이다.도, 밥도, 관계도 다 ‘맥락’이다. 소비자도 알고 있다. 싸다고 다 좋은 건 아니라는 걸. 그래도 왜 이 논란에 마음이 무거운 것은 동네 빵집은 단순한 판매처가 아니라 ‘우리 가족의 일상 속 작은 기쁨’이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단팥빵, 남편이 출근길에 사가는 식빵, 그리고 오며 가며 사장님과 나누는 짧은 인사까지. 그 모든 것에 990원이라는 숫자가 기준이 되면, ‘가성비’는 남고 ‘정성’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슈카의 실험은 분명 의미 있다. 유통 구조를 돌아보게 했고, 마진의 개념도 환기시켰다. 하지만 다음엔, 그 실험이 누군가의 생계와 자존감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족을 위해 매일 반죽하는 누군가의 손, 그 빵 하나에 담긴 노고와 진심까지도 조금 더 들여다봐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