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3월, 세상을 떠난 일본의 거장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 그가 남긴 선율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살아 있다. 피아노 건반 위에서 흐르던 서정적 멜로디, 영화 장면을 감싸던 그만의 깊은 울림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를 추억하는 헌정 무대가 마련된다. 주관사 낫싱벗칠과 에이치앤에이치미디어는 사카모토의 2주기를 맞아 오는 10월 5일 저녁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사카모토 류이치 트리뷰트 콘서트’를 개최한다.
영화 속 장면과 함께 흐르던 음악, 다시 무대 위로
사카모토 류이치는 1980년대 그룹 Y.M.O.를 통해 일렉트로닉 음악의 지평을 넓힌 뒤, 영화음악으로 자신의 이름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의 애절한 피아노 선율은 전쟁이라는 비극을 넘어서 인간의 감정을 울렸고, ‘마지막 황제’(1986)는 그에게 아시아인 최초의 아카데미 작곡상을 안겼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그가 남긴 대표작들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Merry Christmas Mr. Lawrence’, ‘Last Emperor’, ‘Rain’, ‘Aqua’ 등 한국 팬들에게도 낯익은 곡들이 첼로와 바이올린, 피아노의 조화로 새롭게 울려 퍼진다.
한국과의 인연, 끝내 놓지 않았던 음악
사카모토는 병마와 싸우던 순간에도 음악을 멈추지 않았다. 2017년 황동혁 감독의 영화 *‘남한산성’에 참여해 다시 한번 한국 관객에게 선율을 선물했다. 이 작품으로 그는 2018년 대종상 영화음악상과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하며,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을 이어갔다.
이번 무대는 오스트리아 린츠 주립 오페라 극장의 상임 지휘자 한주헌이 피아노를 맡고, 첼리스트 주연선, 바이올리니스트 주연경이 함께한다. 세 연주자가 만들어낼 음색은 단순한 헌정을 넘어, 그의 음악을 사랑한 한국 팬들의 기억을 함께 되살리는 시간이 될 것이다.
선율로 이어지는 기억, 다시 살아나는 이름
사카모토 류이치는 생전에 “음악은 끝나도, 울림은 남는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 무대는 그 말처럼, 사라지지 않은 울림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스크린 속 ‘마지막 황제’의 황궁, ‘전장의 크리스마스’의 전쟁터, 빗속을 적시던 ‘레인’의 선율…. 그 모든 순간들이 콘서트홀에서 다시 살아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카모토가 남긴 것은 단순한 멜로디가 아니라, 세대를 넘어 기억을 잇는 음악의 힘이었다. 이번 트리뷰트 콘서트는 그 힘을 다시 확인하는 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