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은 오늘 사는 게 제일 싸다”…까르띠에 인상에 소비자 분통

실적은 치솟고, 가격도 치솟고…까르띠에의 끝없는 인상 행진
“명품은 오늘 사는 게 제일 싸다”…까르띠에 인상에 소비자 분통 1

사진출처: 까르띠에

프랑스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Cartier)가 올해 들어 세 번째 가격 인상에 나선다. 고가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실적은 대폭 증가한 가운데, 잦은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불만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명품업계에 따르면 까르띠에는 오는 10일부터 주요 주얼리 제품의 가격을 2~5% 인상할 예정이다. 인상 대상에는 브랜드 대표 컬렉션인 ‘러브(LOVE)’와 ‘저스트 앵 끌루(Juste un Clou)’ 등이 포함된다. 까르띠에는 지난 2월과 5월에도 각각 가격을 조정한 바 있어, 이번 인상까지 포함하면 2024년 들어 세 번째 인상이다.

“오늘이 제일 싸다” 현실 된 명품 시장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백화점 매장에는 인상 전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 일부 소비자는 “명품은 오늘 사는 게 가장 싸다”는 말을 현실화된 체감가로 받아들이고 있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환율도 변동 없는 상황에서 반복되는 인상이 정당한지 의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온라인 명품 커뮤니티와 소비자 게시판 등에는 “브랜드 충성심이 소비자만의 몫이 됐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그룹의 공식적 입장은 “급격한 인상 없을 것”…현실은 정반대

이번 가격 인상은 까르띠에를 보유한 리치몬트(Richemont) 그룹의 공식 입장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리치몬트 회장 요한 루퍼트(Johann Rupert)는 지난 5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브랜드와 소비자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급격한 가격 인상은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세 차례 인상이 연달아 단행되면서, 소비자 신뢰와 기업의 말이 어긋나는 모순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실적은 두 자릿수 성장…배당금도 대폭 증가

가격 인상의 배경에는 실적 호조가 있다. 리치몬트코리아의 2024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매출은 1조 7,952억 원, 전년 대비 19.6%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302억 원으로 전년보다 22.6% 늘어났으며, 이에 따라 본사에 송금된 중간 배당금 역시 535억 원에서 738억 원으로 확대됐다.

까르띠에 외에도 반클리프앤아펠, IWC, 바쉐론 콘스탄틴 등 리치몬트 산하 브랜드들도 국내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여전히 브랜드별 연간 실적 상위권에 드는 전략시장”이라고 평가했다.

“가격 올라도 결국 사니까”…명품 소비의 ‘아이러니’

명품업계 관계자들은 “결국은 소비가 이어지기 때문에 가격 인상이 멈추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국내 명품 소비 시장은 브랜드가 가격을 올려도 매출이 꺾이지 않는 구조로, 글로벌 본사의 가격 전략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인상도 주요 인기 라인업을 중심으로 이뤄져, 가격 인상 전에 구매하려는 고객 문의가 급증했다”며 “가격이 오를수록 구매를 서두르는 수요가 되레 생기는 이중 구조”라고 말했다. 명품 업계에서는 까르띠에의 연이은 가격 인상이 다른 럭셔리 브랜드의 가격 정책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샤넬, 루이비통 등 주요 브랜드들도 하반기 중 가격 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리치몬트가 가격 인상을 선도하면, 다른 브랜드도 이를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2023년에도 까르띠에와 반클리프앤아펠의 인상 직후, 다수 브랜드가 연쇄적으로 가격을 올린 바 있다.까르띠에의 가격 인상은 단순한 상표 가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수요는 줄지 않지만, 불만은 커지고 있는 ‘불편한 명품 소비’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사고 나면 기분 좋은 게 아니라 기가 막히다”, “충성도는 높지만 존중받지 못하는 고객”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명품 소비의 양극화 속에서,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질문은 하나다. “지금 이 소비는, 정말 필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