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건강검진 시즌이 되면 고민이 시작된다. 그냥 국가에서 해주는 걸 받을지, 수백만 원짜리 프리미엄 종합검진을 선택할지. ‘비쌀수록 더 정확하다’는 생각에 혹해 고가 검진을 예약했다가, 과잉 진단과 스트레스만 안고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검진은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전신 MRI, PET-CT, 뇌 MRI, 복부 CT, 암 표지자 검사 등은 무증상 일반인에게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PET-CT, 전신 MRI…과잉검진의 덫
전신 MRI나 PET-CT 같은 고가의 영상 검사는 영화 속 장면처럼 정밀하고 과학적인 느낌을 준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불필요한 정보까지 찾아내 ‘정상인을 환자처럼 만들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실제로 위양성(false positive)으로 인해 불필요한 조직검사, 추가 영상촬영, 심지어는 수술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이상을 질병처럼 오진하는 과잉진단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복부 CT와 같은 방사선 노출이 높은 검사는 주의가 더욱 필요하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CT 스캔 남용으로 연간 수만 건의 암이 유발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암을 찾으려다 오히려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역설이다.
기본검진, 알고 보면 가장 과학적인 방법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국가 건강검진 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공하는 기초 검진은 연령과 성별에 따라 주기적으로 이뤄지며, 혈액검사·소변검사·기초 신체계측·질병 이력 등을 통해 주요 만성질환의 조기 발견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는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간질환, 비만 등 생활습관병은 물론 위암·대장암·간암 등 주요 암 검진도 포함된다. 많은 항목이 무료 또는 본인 부담도 크지는 않아, 전국 어디서든 동일 기준으로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 기본검진을 정기적으로 받고, 꼭 필요한 부가검사는 계획적으로 돌려가며 받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조언한다.
돌려받는 선택형 검진, 이것만은 꼭 챙기자
고가 영상검사 대신 실효성이 높고 방사선 노출이 적은 검진을 ‘순환형’으로 받는 것이 좋다. 다음 항목들은 꼭 챙겨볼 만하다.
- 혈액검사·소변검사: 기본 중의 기본. 신장, 간, 혈당, 콜레스테롤, 염증 수치 등 전신 건강의 바로미터가 담겨 있다.
- 경동맥 초음파: 동맥경화 여부와 뇌혈관 질환 위험도를 미리 점검할 수 있다. 40대 이후, 고혈압·당뇨 환자에게 특히 유용하다.
- 갑상선 초음파: 결절이나 갑상선암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 특히 여성에서 빈도가 높고, 대부분 무증상이므로 정기 검진이 중요하다.
- 복부 초음파: 간, 담낭, 췌장, 신장, 비장 등을 살펴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영상검사다. 방사선 노출이 없고, 검사 시간도 짧다.
- 뇌 MRA(자기공명 혈관촬영): 뇌동맥류, 협착 등 뇌혈관 질환 조기 발견에 효과적이다.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 두통, 어지럼증이 있다면 고려할 만하다.
이들 항목은 병원에 따라 개별로 비용이 다양하니 비교 검색을 통해 선택할 수 있다. 건강검진센터 패키지 구성에 따라 추가하거나 선택적으로 검진 가능하다. 특히 건강검진은 나와 맞는 센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니 붐비는 곳보다는 의사와 개별적으로 충분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이 좋다. 또 12월 막차를 타기보다는 10월까지 검진을 받는것을 추천한다.
연령대별 꼭 받아야 할 건강검진 항목 리스트
20대
-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 기본 혈액검사
- 소변검사
- 체중, 체지방률 등 기초신체측정
- 자궁경부암(여성, 만 20세 이상 2년 주기)
- B형간염 항체 유무 확인
30대
- 국가 건강검진 전 항목
- 간 기능, 신장 기능 혈액검사
- 위암(만 40세에 접어들 경우 2년 주기)
- 경동맥 초음파 (가족력 있거나 흡연자일 경우)
40대
- 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여성) 등 국가암검진 대상
- 갑상선 초음파 (결절 가족력 있는 경우)
- 경동맥 초음파 (고혈압, 당뇨 병력자)
- 복부 초음파 (간, 담낭, 신장 이상 유무 확인)
50대
- 대장내시경, 위내시경 정기적 실시
- 심전도 검사
- 뇌 MRA (두통, 고혈압, 가족력 있는 경우)
- 폐암 저선량 CT (고위험군 흡연자 대상)
60대 이상
- 골밀도 검사 (특히 여성)
- 심장 초음파, ABI(말초혈관 질환 확인) 등 심혈관 정밀검사
- 청력검사, 안압검사 등 감각기능 관련 검진
- 치매 조기선별 검사
무조건 비싼 종합검진이 아니라, 기본에 충실한 국가검진에 더해 꼭 필요한 항목만 맞춤형으로 추가하는 방식이 가장 건강하고 경제적이다. 검진은 건강을 확인하는 도구이지, 불안을 키우는 쇼핑이 아니다. 과도한 검사보다 균형 잡힌 검진 계획이, 결국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