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서양에서 주로 발생하던 대장암이 이제는 아시아에서 더 빠르게 늘고 있다. 고기 중심 식사와 잦은 음주 같은 서구형 식습관이 확산된 결과다. 전통적인 식단이 무너지면서 건강을 지켜주던 보호막도 함께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 의대 강대희 교수와 중앙대 신상아 교수 연구팀은 한국,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5개국에서 진행된 82편의 연구를 종합 분석해 대장암과 식습관의 연관성을 살펴봤다. 그 결과, 붉은 고기와 가공육, 음주가 대장암 위험을 뚜렷하게 높이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붉은 고기를 자주 먹는 사람은 대장암 위험이 18% 높았고, 햄·소시지 같은 가공육도 위험도를 18% 끌어올렸다. 백색육인 닭고기는 전체 대장암과는 큰 연관이 없었지만, 일부에서는 직장암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가장 큰 위험 인자는 술이었다. 하루 소주 3잔 정도를 마시는 사람은 대장암 위험이 64% 높았다.
반면 채소, 통곡물, 과일 중심 식사를 한 사람은 결장암 위험이 15% 낮았고, 칼슘 섭취가 많은 경우에는 대장암 발생 위험이 7% 줄었다. 연구팀은 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 칼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암물질의 활동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는 서양인을 기준으로 했던 기존 데이터와 달리, 아시아인의 식습관과 조리방식을 반영해 분석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강대희 교수는 “식단을 되돌아보고, 술과 가공육을 줄이는 것이 아시아인에게도 중요한 예방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장암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매일의 식사가 결국 몸을 만든다. 지금 내 식탁이 건강을 지키고 있는지, 아니면 위험을 키우고 있는지 생각해볼 때다.